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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경기도 수원 지동시장에서 기름집을 운영하는 김병국씨(55)는 '이번 대선에 지지하는 후보가 있느냐'는 질문에 말을 아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책임이 있는 집권당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연합뉴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수도권 유세 첫날, 광역시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아가는 도시인 수원을 찾았다. 수원은 경기도 정치 1번지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재명·김문수 대선 후보 모두 수원에 도청이 있는 경기도지사를 역임했 해병대직업군인 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원시민들은 두 사람의 행정 능력을 이미 경험한 셈이다.
이재명 후보는 제20대 대선 당시 경기도에서 50.9%의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수원에서는 장안구, 권선구, 팔달구, 영통구 모두 경쟁 후보를 앞섰다. 이번 대선 역시 경기도에서 우위를 확고히 한다는 게 이재명 후보 쪽 구상이다. 반면 김문수 후보 역시 경기 근로자 도는 정치적 고향과 같은 곳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본인이 경기도 국회의원(화성을)이라는 점에서 양보할 수 없는 곳이다.



지난 16일 오전 찾은 수원 영동시장. 사진=최유리 기자 yr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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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기 대선을 앞두고 민심 향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다만 대선 열기가 뜨겁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문수 후보가 현장을 찾아 "시장을 살리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고 외쳤지만 광장 앞으로 모이는 인파는 많지 않았다. 멀찍이 떨어져 팔짱을 끼고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장에서 주차관리를 하는 70대 남성은 "선거철 끝나면 서민 주택대출이자 소득공제 들 생각이나 하겠나"고 쓴소리를 전했다.
한 행인은 기자에게 "먹고살기 힘든데 무슨 놈의 선거고 인터뷰냐"고 따져 물었다. 이를 본 슈퍼 주인은 "장사가 너무 안 되니 누구든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옷 수선을 하는 조옥임씨(67)는 "손님이 없어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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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전 찾은 수원 지동시장. 사진=최유리 기자 yrchoi@


지지 후보를 밝힌 시민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덜 싫은 후보'로 기울었다고 입을 모았다. 수원에서 12년째 식당을 운영한 조성운씨(81)는 "이재명 후보는 도덕적으로나 사법적으로 룰을 너무 벗어나는 것 아닌가"며 김문수 후보 지지 의사를 전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로 기울었다는 택시 기사 이건식씨(41)는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계엄이 통하겠나"하고 반문했다.
두 후보 모두 경기도지사를 지낸 만큼 이에 대한 평가도 영향을 미쳤다. 속옷 가게 사장인 엄태희씨(70)는 김문수 후보에 대해 "광교를 살리면서 수원 중심지가 침체된 측면이 있지만 (김문수 경기도지사 시절) 광교 신도시는 잘했다고 본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30대 자영업자는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일 때 포천 등에서 불법 평상을 싹 정리한 게 기억에 남는다"면서 추진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수원=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